"우리돈 못믿겠다"…신흥국 가상화폐 `사자`
필리핀·인니·터키 등 비트코인에 투자자 몰려…3주새 최고 24% 늘어
자본유출 불안감 지속에 통화가치 갈수록 떨어져…인니 등 금리 인상 나설 듯
금융위기 징후가 나타나는 신흥국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자본 유출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이들 국가에서 정통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가상화폐 가운데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과 관련한 통계를 소개하는 '코인 댄스(Coin Dance)'에는 아르헨티나 스위스 미국 등 총 46개국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국가별로 공시된다. 매일경제가 이곳에 나온 자료를 이용해 금융위기설이 불거진 이달 첫째~셋째 주 비트코인 거래량 변화율을 측정해 분석한 결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터키 인도 등 신흥국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마다 기존 비트코인 거래량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수치 편차가 커 거래량의 절대 수치를 바로 사용하는 대신에 분석 기간 거래량 변화율을 측정했다. 해당 기간 전체 글로벌 거래량 평균 변화율은 -0.66%로 나타나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다. 또 미국(-1.90%)과 스위스(-15.07%) 등 자국 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가에서는 비트코인 거래가 부진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호재 없이 미국과 일본 등 각국 수사당국이 자국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수사를 펼치는 등 악재만 이어지면서 이들 국가에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외면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위기 국가로 지목된 신흥국 국가들에서는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었다. 필리핀(23.68%) 인도네시아(21.16%) 터키(12.16%) 인도(7.03%) 등 비트코인 거래량 변화율이 글로벌 거래량 평균 변화율을 대폭 상회했다. 해당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8970달러 선에서 8245달러 선으로 8.08% 하락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고 각종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래량은 폭증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기간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거래량 변화율은 각각 0.55%, 1.58%에 불과했다. 이들 국가는 이번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지기 오래전부터 이미 금융위기 상태였기 때문에 이달 들어 추가 거래량 유입이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위기 징후를 보인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역시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1.10%) 인도네시아(-1.15%) 터키(-9.51%) 인도(-1.89%) 아르헨티나(-18.86%) 베네수엘라(-1.45%) 등 이들 국가 통화가치가 모두 추락했다. 같은 기간 스위스 통화가치도 떨어졌지만 하락률이 -0.08%에 불과했다. 이는 통화가치와 비트코인 거래 방향이 반대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흥국들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책 금리를 계속 올리는 추세다. 인도네시아는 30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루피아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다음 회의는 당초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인 다음달 27~28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4.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는 데도 루피아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 기능을 상실한 베네수엘라는 지난 2월 세계 최초 국가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하는 등 자국 통화 불안 요소 해결책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가 금처럼 화폐를 대신하는 새로운 자산 성격을 띠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원천 금지했던 러시아도 지난 1월 정부 공인 가상화폐 '암호루블'을 발행할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일부 금융 중심지도 가상화폐를 글로벌 영향력 확대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자체 국가 가상화폐를 보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두바이는 비트코인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스트럭처인 '블록체인'에 정부 문서를 모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올 초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자산으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 결제수단은 흥미로운 투자이자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 비트코인 자체가 금과 유사한 성격을 띨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본 뉴스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9&aid=0004158567&sid1=001